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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의 시민사회 변화와 변질

조형희 2022. 12. 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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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 걸었다는 점 에서, 386세대는 과거의 배제된 사대부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채화한 집단이란 의미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게임원리에 맞춰 권력투쟁을 하는 집단이자 세력이란 의미이다. 니 세대는 절차주의자 들이란 점에서 형식적 민주주의자들이며, 제도 변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집단적 믿음을 공유한 세대란 점에서 동아시아 최초의 절차적 제도주의자 들이다.

  민주주의의 이념이 지역을 뛰어넘는 원리로 부상 했다는 것은 나름 큰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해서 이 세대는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및 이북5도로 나뉘어 반목해 왔던 산업화 세대의 지연, 촌락중심 네트워크를 이념으로 가로질렀다. 젊은시절의 혁명주의는 탈색됬지만, 이들의 민주주의의 이념은 절차적 민주주의 부터 경제구조의 개혁까지 동반하는 분배 민주주의를 포괄한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 진보 개혁진영이 승리한 대통령 및 국회의원, 지방 선출직 선거에서 지역의 힘이 점점 약화되고 세대와 이념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패턴은 386세대가 주고해온 지역에 대한 이년의 경향적 우의를 증거한다. 바로, 산업화 세대가 도시로 진출하면서 몸에 지니고 왔던 촌락을 기반으로 조성된 품앗이 네트워크의 정체성이 민주주의, 공정성, 분배정의, 평화와 깉은 보다 추상적인 가치 지향의 정체성으로 대체될 조짐이 보이는 것 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약속했던 이러한 가치들이 오늘날 에도 지속적으로 추구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386세대의 지도자 들이 전 생애를 바쳐 구축해온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최근 동향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바로 이 단체들이 386세대의 권력창출의 근간 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층 노조-시민단체 네트워크는 근래들어 어떻게 변화했는가. 나아가 그 변화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특히 세대 불평등을 설명하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가.

  먼저 첫번째 질문부터 대답해보자. 1987년 이후로 시민 사회단체의 변화된 네트워크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90년대까지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던 민주노총의 주요 노조들, 대기업노조, 이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연대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운동의 현장에서는 경천동지의 변화다. 둘째, 규모와 밀도 면에서 팽창 일로에 있던 네트워크가 2000년대 중반이후 급속도로 분화 되었다. 구체적으로 동원 네트워크는 견고하게 남아 있으나, 정책 네트워크는 격하게 축소되었다. 다시 말해서, 시민단체들이 각종 이슈에 대해 시위를 주도하며 각종 사안별로 연대하는 데모형 네트워크는 여전히 작동되고 있으나, 정부와 정당을 상대로 정책을 형성하고 협상하는 지식 네트워크는 급속히 약화된 것 이다. 이러한 정책 네트워크가 약화된 경향을 각종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네트워크의 집중도와 밀도에서 모두 정책네트워크가 약화되는 경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첫째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 사회단체와 정당의 연계는 갈수록 증대 되었다.

  왜 이러한 변화들이 이러나고 있는가. 각각의 변화가 갖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의미는 가볍지 않다. 먼저 대기업 노조의 증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노조들은 세계화와 그에따른 한국경제의 부상으로 가장 많은 수해를 받은 집단을 대표한다. 이 노조들은 대부분 임금 상위 20%에 속하는 최상층 임금 노동자 집단이 되었다. 한 노조 지도자가 한탄조로 이야기 하듯이 너무 잘 싸운게 문제 였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싸운만큼 그 보상을 받았고, 간단히 말해 체제 내화되어 내부자의 지위에 등극했으며 시민 사회단체와의 연대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연대해서 싸워 얻어내기 보다는 가진것을 지키면 되는 지위에 올라 선 것 이다.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의 중핵이자 중추였던 대기업 및 공기업 노조들은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닌 불평등 구조의 생산자, 혹은 수해자로 변모했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민주노총 입장에서 이들의 이탈은 국가와 자본에 대해 시민사회 진영이 가졌던 협상력이 극적으로 약화되었음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앞장서는 노동문제와 그들이 빠지는 노동문제는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책 네트워크의 붕괴지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자료가 2015~2016년 보수정부가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며 시민사회단체를 분류하고 감시하고 제도적 차별하던 시기에 만들어졌음을 상기할 대, 진보성향인 시민 사회단체들이 대부분 상황에서 정부와의 소통 및 협상 체널이 약화되었을 것임을 고려 할 때, 2015년의 정책 네트워크가 갑작스럽게 붕괴한 현상을 집권당의 성향 탓 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보다 적실한 설명은 시민사회 단체의 지식과 정보, 정책을 총괄하는 상층 두뇌들이 2007년부터 2014년 에 이르는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대거 흡수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이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교협, 여성단체연합, 경실련의 주요 인사들이 정치권, 청와대 및 각종 국가기구로 진입한 시기와 데이터 상의 변화가 일치함을 고려하면 이러한 경향이 몇몇 인사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일어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386세대가 50대에 진입하면서 일어난 이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사회의 주요 인사가 권력에 진입한 예는 90년대 김영삼 정부 때 부터 심심치 않게 목도된 현상이다. 정권교체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그 경향은 더욱 가속화 되었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폭압과 실정에 맞서 싸우며 재집결했던 시민사회 진영은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2017년 조기 대선국면을 승리로 이끌면서 정치권으로 대거 진입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노동 시민사회 운동의 두 핵 이었던 민주노총과 참여연대중 후자의 리더들은 급속히 야권의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 후보로 차출 되었다. 이 와중에 시민사회의 상층 지도부 들은 사실상 야권의 일부가 되며, 시민사회를 이끌었던 386세대 리더들의 상당수 직업정치인이나 전문 관료로 변신했다.  시민사회가 국가화 된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 하면, 시민사회의 상층 지도부가 대거 세대의 대표로서 정치권력과 국가 기구를 장악한 것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핸더슨이 이야기한 소용돌이 정치의 재판인가, 아니면 시민사회의 보편적 이해를 국가를 통해 실현 시키려는 민주화 정치의 일환인가. 대기업 노조가 이익 집단화 되었듯이 이 386세대의 지식인 리더들 또한 이익 집단화 될 것인가. 이들은 세대 간 불평등과 세대내 불평등을 치유 할 것인가. 아니면 악화시킬 것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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