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386의 시대라고들 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왜 386세대가 권력의 중추에 진입했는데 언론, 학계, 관계, 재계가 덩달아 들썩이는가. 그것은 그들의 동년배가, 그들의 친구의 친구가 권력을 쥐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친구의 친구가 권력을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권력도 증대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른 모든 사회에서 그렇지만,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사회에서 세대랑 역사적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집단 그 이상의 것, 즉 자원동원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와 자원을 주고받는 품앗이 네트워크로서, 다시말해 경제 공동체란 이야기다. 산업화 세대는 이 품앗이 네트워크를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온 세대이다. 그렇다면 386세대의 네트워크는 권위주의 발전국가에 의해 호명된, 혹은 발전국가를 호명한 품앗이 네트워크와 어떻게 다른가. 왜 그것이 오늘날 문제가 되는가.
산업화 시대의 네트워크는 복한과의 대결속에서 미국의 후원아래 일본을 따라잡고 극복하고자 하는 체제 외부의 잠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체의 이년을 기초로 만들어 졌다. 반면 386세대의 네트워크는 산업화 세대의 주도하에 불균형 발전을 초래한 권위주의적 폭압과의 대결 산물이다. 그것은 체제 내부의 현실적 억압구조를 극복하고자 하는 평등주의 이념을 자양분으로 성장했다. 20대에 1980년대를 보내며 이들이 구축한 정치 동원의 네트워크는 혁명적 평등주위와 민족주의를 그 이념으로 채택했으며, 대학과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지식인 네트워크를 구축함 으로서 현실에 뿌리 내리게 된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20대에 하방운동을 거쳐 30대에 각종 시민 사회단체와 정당을 건설하고 40대와 50대에는 정치 및 경제 권력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왜 이 386세대의 네트워크가 문제가 되는가. 첫째는 그 규모다. 이 베이비붐 세대는 그 규모에서 다른 모든 세대를 압도한다. 둘째는 그 네트워크의 응집성이다. 이 세대의 네트워크는 평등주위 혹은 분배정의라는 기치아래 20대 초부터 선후배및 동년배간 지하 이념써클, 문화써클, 학생회, 동아리, 동문회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다. 따라서 이 세대의 네트워크는 다른 어떤 세대의 그것보다 더 조밀하고 이념적으로 균질하며 체계적이다. 셋째는 이 시대가 사회에 진출할때 세계화와 시장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의; 등장과 더불어, 정보화라는 거대한 물결을 타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스탬으로의 전환을 겪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한 80년대 말, 90년대 초,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이 지구촌 시장경제를 바닥부터 재구성 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IT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컴퓨티리제이션을 조직 관리, 생산 관리, 마케팅, 회계등 모든 분야에 적용했다. 이 세대의 애칭이 386인 이유다. 이들은 이러한 IT기술을 기업문화에 융화기켜 바닥부터 일군 세대고, 그렇게 바꾼 조직의 선봉장으로 세계시장에 뛰어든 세대이다.
넷째 세대 내의 이념충돌이다. 산업화 세대가 농촌 사회에서 비롯한 강력한 협업과 위계의 원리를 국가 관료제와 기업 조직에 최초로 이식 했다면, 이 세대는 그 위에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를 결합 시켰다. 한 세대안에 평등주의와 시장주의가 동시에 태동한 샘이다. 이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의 등장과 함께 한국사회의 고용형태는 신분적 위계화가 진행된다. 자유주의 원리가 위계를 분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한 것 이다.
다섯째 앞서 이야기한 네 요소가 정치, 경제적 이익 네트워크로 전환되어 권력의 과두제화와 독점이 장기화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바로 그 독점구조 내부와 외부를 걸쳐 지대 추구 행위의 가능성이 생겨나고 세대 네트워크가 위계구조와 결합하여 조직의 내부와 외부에 견고하게 자리잡고 나면, 타인의 노동과 아이디어를 착취하여 자신들의 성과로 탈바꿈 시키는 편취자와 포획자가 등장한다는 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