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노동시장은 급격한 구조변동을 격었다. 첫번째로 대기업들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상층 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지불능력이 극적으로 신장 되었다. 최상위 대기업과 금융권의 CEO 및 핵심 노동자들의 연봉은 억 단위를 넘어선지 오래이며, 이로인한 불평등의 증대는 더 이상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두번째는 세계화와 더불어 시장이 급속도로 통합되면서, 이에 적응하고자 기업들이 도입해온 노동유연화 기재가 일반화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연화 기제는 기업의 생산공정 및 인사제도를 포함해 노동법 및 노동시장 제도 일반을 유연화했다. 특히 1997~1998년 부터 2005~2006년 노사정 협의를 통해 도입, 정착된 정리해고제와 파견제는 비정규직을 극적으로 확대 시키며 노동시장의 규준과 관행을 일거에 바꾸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80년대와 90년대를 관통하며 한국 사회의 주요 이해관계자로 등장했던 대기업 위주 노동운동이 시민사회 연대로 부터 후퇴하고 내부자화 되었다는 점 이다.
노동시장에서 임금 불평등이 나타나는 세 요인은, 첫째 개별 노동자가 속해 있는 기업조직이 대규모인가 아닌가. 둘째 고용지위가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셋째 사업장에 노조가 존재하는가 여부이다. 이 세가지 인과적 변수들을 하나씩 따로 살피기 보다는 (그림2-1)과 같이 하나의 총체로서 분석해 보자.
(그림2-1)은 세가지 변수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여덟개 노동시장 지위그룹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글의 서두에서 이야기 했던 대기업 정규직이며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김씨는 ABC 그룹에 속할 것 이고, 파견직으로 같은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작업을 해온, 노조가 있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인 박씨는 abC 그룹에 속할것이다. (그림2-2)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이들 여덟개 결합노동시장 지위 그룹의 실질임금 평균의 경향적 추이를 나타낸다. 여덟 개 그룹의 임금격차는 12년에 걸쳐 극적으로 확대 되는 동시에, 각 그룹의 임금 추이가 대략 세개의 계층으로 나뉘는 경향성을 띤다.
첫번째 계층은 가장 밑에 위치한 두 그룹인 중소기업-비정규직-유노조와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로, 이들의 합계는 거의 절반(46%)에 이른다. 이 두 그굽은 지난 10여년가 실질임금이 사실상 감소했다. 중소기업-비정규직-유노조는 2004년만 해도 중간층에 가까웠으나, 2차 금융위기를 격으며 중소기업-비정규직-무노조에 거의 근접할 정도로 임금이 떨어졌다.
두번째 계층은 중간에 위치한 세 그룹으로, 중소기업-정규직-무노조, 대기업 비정규직-무노조, 그리고 대기업-비정규직-유노조가 그들이다. 이 세 그룹은 2004년에 각기 다른 위치에서 출발하여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수렴한 후 다시 차이가 벌어지다가, 최근 2015년 재차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중소기업-정규직-무노조는 임금노동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조사기간 내내 실질 임금이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나, 나머지 두 그룹은 실질임금이 사실상 정체 혹은 하락했다. 이 나머지 두 그룹은 불경기나 경제 위기시 마다 소득수준이 급격히 하락하는 집단으로, 각기 대기업 정규직의 불경기용 버팀막으로 기능하고 있다 볼수도 있다. 대기업-비정규직-유노조 그룹은 2차 금유ㅠㅇ위기를 기점으로 상층에서 중층으로 급격히 지위가 하락한다. 이 두번째 계층은 전체임금 노동자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마지막 계층은 그래프들중 맨 위에 위치한 세 그룹이다. 이 세 그룹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두 그룹인 대기업-정규직-유노조와 중소기업-정규직-유노조, 그리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기업-정규직-무노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상층 그룹들은 내부의 두 주요그룹인 대기업-정규직-유노조와 중소기업-정규직-유노조간 임금격차가 무시할수 없이 크게 증가했으나, 이 상층계층과 나머지 계층들 사이에서 중대한 임금격차가 더욱 심각하다. 다시 말해서, 사업체 규모로 인한 계층 내부의 임금격차보다, 고용형태로 인한 상층과 중층 계층간의 임금격차 혹은 노조 존재여부로 인한 계층간 의 격차가 더 큰 것이다. 이 상층 계층은 전체 임금 노동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네트워크 위계에 기반을 둔 불평등이 실제로 노동시장에서 자리와 보상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가. 과연 386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이 분화와 계층화 과정에서 더 많은 자리와 보상을 향유 했는가. 나는 결합 노동시장 지위가 세 그룹으로 분절되는 과정이 386세대의 위계구조 수립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특히 이 세대가 상층 노동시장의 다수를 점유하며 중 하층 노동시장 지위 그룹들과 스스로를 차별화 하는 과정 자체가 네트워크 위계의 출현 과정이며,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의 심화 과정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