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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네트워크와 소득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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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불평등의 가장 대중적인 지표인 소득을 이야기 해 보자. 386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빨리, 더 높은 소득상승을 기록해 왔는가. (그림2-7)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1990~2016년 통합 샘플로서, 가구주의 출생 세대에 따른 가구소득의 변동을시기별로 모아(가공하여) 제시한 것이다. 

 

  그림을 보면 1960~1964년생 세대가 2010년대 초반 1955~1959년생 세대가 따라붙고 있다. 50대 중 후반에 이른 386세대가 모든 조직의 상층부를 장악하며연공과 직급에 따라 늘어난 소득을 누리고 있다. 물론, 이는 386세대만의 과실은 아니다. 어느세대건 한국사회에서 50대 중, 후반에 이르면 최고 소득을 찍어왔고, 60대에 들어서면서 다음세대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이는 연공사회의 특징이며, 나이가 차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소득은 급격히 줄어든다. (그림2-7)의 하단을 보라. 따라서 386세대가 소득의 정점에 이른것은 한국형 연공시스탬의 당연한 보상이지, 이 세대에게 국한된 현상은 아닐수도 있다. 또한 이 그래프 만으로는 386세대의 소득상승률이 다른 세대들 보다 더 높고 빠른지 확인하기도 쉽지않다.

 

  이 질문에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세대뿐만 아니라 학벌 이야기를 함께 해야한다. 사실 세대에 따른 네트워크 위계의 형성, 그로부터 수혜를 받는 과정은 상증 노동시장에 한정된 이야기다. 386세대라는 담론도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을 지칭하여 만들어진 사회적 집단화의 일환일 뿐이다. 한국인들의 유난스러운 학벌에 대한 집착, 학연을 따라 네트워크를 구성해 선후배를 챙기며 조직 내부와 외부에서 그 학연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형태를 고려할때, 세대라는 큰 정체성은 사실 그 내부에서 잘게 쪼개진 형태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세대가 아니면서 세대와 함께 각 개인들의 일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준, 즉 개인들이 정보와 자원을 동원하고 협력을 통해 개인 삶의 복지를 높이기 위해 의지하는 네트워크는 어떤것 일까. 아마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의 다수가 같을 것이다. 그것은 학연 혹은 학벌이다. 산업화 세대도, 386세대도, 포스트 386세대도 이 원칙에는 큰 변화가 없고 앞으로도 크게 다를것 같지 않아 보인다. 앞서도 이야기 했듯, 학벌은 한국의 네트워크 위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다. 한국인이 학벌을 매개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그를 통해 차별적 신분 질서를 확립하는 경향이 가장 강한 민족임은 굳이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학벌을 고려하여 세대간 불평등을 측정 할 경우 어떤 분포를 보일것 인가. (그림2-8)은 (그림2-7)과 같은 자료를 대학 졸업자와 비 졸업자로 나눠 시기별-세대별로 비교한 것이다. 첫번째 그룹의 역-U자 모양 그래프 들은 1990년 부터 5년 단위로 끊고, 또한 5년마다 출생단위로 끊은 각 출생세대를 교차하는 평균값의 집합 들이다.

 

  예를들어 진한 회색의 마름모 박스들을 연결한 선은 1990~1994년에 걸친 각 출생세대들의 가구소득 평균을 연결한 것이다. 1995~1999년에는 출생 세대들의 평균값이 조금 위편, 그리고 조금 오른편으로 이동한 정사각형 박스들을 연결한 선으로 표시된다. 이렇게 그래프는 우상향 방향으로 5년 단위씩 이동하며 세대간 소득분포를 시간의 추이에 따라 보여준다. X축에 나열된 세대군 중 하나를 따라 12시 방향(직각)으로 올라가면, 특정세대의 소득이 지난 27년간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적 할 수 있다. 예를들면 386코어 세대인 1960~1974년 출생 세대는 1990~1994년 145만원에서 출발해 183만원(1995~1999), 206만원 (2000~2004년), 249만원 (2005~2009년), 281만원(2010~2014년), 마지막으로 2015~2016년에는 315만원의 월평균 소득을 기록하며 세대들중 가장높은 소득을 기록하고 있다.

 

  오른쪽의 그래프들은 비대졸자들만 따로 분류한 시기별~세대별 가구소득의 분포를 나타낸다. (역시 긴 타원안에 잡힌) 1960~1964년 출생 세대의 비대졸자 가구주 들은 90년대 초반 월 113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136만원 (1995~1999년), 147만원 (2000~2004년), 167만원(2005~2009년), 202만원 (2010~2014년), 225만원 (2015~2016년) 으로 소득이 증가한다. 처음에는 대졸자 들에 비해 30만원 정도였던 소득 격차가 30년이 지난 후 90만원 차이로 벌어졌다. (그림2-8)은 학력이 가져온 불비례적 인상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IMF금융위기의 여파가 이 세대의 대졸자에 비해 비대졸자의 소득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기업이 관리직 보다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을 더 억제 했거나 금융위기시 홀로 시장의 사이클에 적응해야 했던 영세 자영업자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겼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같은세대 안에서 학력에 따른 소득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화로 인한 급속한 기술발전이 보다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높은 기술을 보유한 개인들에게 더 많은 수혜를 안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60년대 초반 출생이면서 대학 졸업장이 있는 이들, 오늘낭 50대 중 후반에 이르는 386세대를 기준점으로 다른 대학졸업자 가구주들의 소득상승 정도를 비교해 보자. 앞서 이야기 했듲이 동아시아는 그중에서도 한국은 연공의 효과가 강력한 사회이다. 조직에서 나이먹다 보면 적당히 함께 승진하는 사회인 것이다. 이 효과를 그래프 상에서 통제하기는 쉽지 않지만, 앞의 근속연수와 같이 비슷한 연령 시기별로 각기 다른세대의 소득 상승률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즉, 1990~2000년대 초반에 걸친 386세대의 소득상승률과 2000~2010년대 초반에 걸친 197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소득상승률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두 그룹이 각기 다른 시기를 살고 있다는 다른 전제가 깔린다. 1960년대 출생 그룹은 3저 호황기에 입직하여 대리, 과장시절 금융위기를 격은 후 2차 금융위기(2008년) 전후에 (산업화 후기세대를 밀어내고) 대거 이사급으로 승진한다. 1970년대 초반 출생그룹의 다수는 금융위기 직후부터 입직을 시작해 대리, 과장시절 2차 금융위기를 겪는다. 2010년대 후반이면 40대 중, 후반으로, 웬만한 기업의 팀장급이며 빠르면 이사를 달기 시작할 나이이다. 하지만 앞의 (그림2-3)에서 보이듯 이 세대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40대 후반에도 임원승진에 실패한다.

 

  물론, 각각의 세대별로 각기 다른 경험의 차이가 내제한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1970년대 초반출생 세대가 금융위기로 인해 입직이 늣어지고 그 규모가 작아진 것은 이들의 운 이다. 마찬가지로 1960년대 출생 세대가 젊은시절을 호황 속에서 편하게 입직(창업)하여, 무리없는 임금(소득)상승을 기록한 것도 어느정도 운 이다. 하지만 출생시기에 기반한 세대간 차이라는 것이 원래 이러한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세대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는가. (그림2-8)의 시기별-세대별 소득분포를 통해 확인해보자. 같은 마흔네살 이라도, 2007년에 1963년생은 (15년 전인)1992년의 월 소득(145만원)보다 104만원, 즉 71.7%가 오른 249만원을 벌었다. 이에비해 2016년의 1972년생은 2002년(202만원)보다 43만원, 즉 21.3%가 오른 245만원을 벌었다. 세배가 넘는 상승률 차이이다. 똑같은 비교를 1965~1969년과 1975~1979년 출생 세대에 적용하면, 1960년대 후반 출생 세대의 소득은 90년대 초반대비 2000년대 후반까지 53%가 상승했지만, 1970년대 후반 출생 세대의 소득은 2000년대 초반 대비 2010년대 후반까지 26% 상승했다. 앞의 두 세대간 차이보다는 작지만, 역시 두배가 넘는 차이이다.

 

  지금 30대 후반에 진입한 1980년대 초반출생 세대는 앞의 세대들과 비교하기에는 기간이 너무 짧다. 다만 이들의 소득은 2010년대 초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시기, 210만원 에서 226만원 으로 7.6% 올랐다. 1960년대 초반출생 세대가 90년대 초반에서 후반에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6%의 소득 상승을 누린데 비해, 이후 세대들은 예외없이 한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다.이 경향은 (그림2-8)의 넓은 타원으로 표시되어 있는, 소득이 정체되어 그래프와 그래프 사이의 간격이 급격히 줄어있는 부분들을 통해 시각적 으로도 확인된다. 이 상승폭이 유난히 작은 세대가 1970년대 및 1980년대 초반출생 세대이다. 2009~2009년 금융위기의 여파를 각기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에 겪은 세대들 이라고 볼수 있다.

 

  그런데 이들과 달리, 당시 40대 였던 386세대와 50대 였던 그 윗세대(1950년대생)는 소득 상승의 압착 현상이 그다지 심하게 일어나지 않았다. 조직의 상층을 장악하고 금융위기의 충격을 중하층으로 떠넘김으로서 가능했다고 볼 수 밖에없다. 이패턴은 앞서 (그림2-2)에서 금융위기 와중에 노동시장 지위가 하락한 비정규직들을 통해 이미 확인한바 있다. 두 그림을 합칠경우 비정규직들이 2008~2009년 금융위기 동안 20대와 30대에 몰려 있었고, 이 세대의 중하층 노동시장이 소득 압착을 경험한 당사지 였을 것 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세대별로 극심하게 차이나는 소득 상승률의 경향은 비대졸자 가구주들 에게서도 확인된다. (그림2-8)의 타원으로 표시된 부분. 1960년 대생 비대졸자 가구주들은 IMF 금융위기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상당한 규모의 소득상승을 경험 하지만, 그 아랫세대 비대졸자 가구주들의 소득상승 정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도 자신들의 동년배인 대학생 그룹과 마찬가지로 동문과 선후배를 중심으로 한 품앗이 네트워크를 구성한 다음, 경제 공동제로서의 느슨한 협력관계를 유지했을까. 대졸자 그룹내 학벌의 위력에는 미치지 못했을 망정 비대졸자 그룹도그러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본다. 특히 이 세대가 생산직 노동현장에 구축한 노동조합은 그러한 네트워크가 위계구조를 이루어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조직적 마중물 구실을 했다. 이 노동조합의 네트워크 위계 혹은 그 대체제로서의 효과는 (그림2-2)의 대기업-정규직-유노조와 대기업-정규직-부노조 사이의 임금격차를 통해 극명히 드러난다. 같은 상층 임금 노동자로 분류 되었지만 노조의 존재 여부에 따라 임금은 다시 차별화 되는 것이다. (그림2-2)에서 노조 효과는 대기업에 속하지 않는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두드러 진다. 중소기업 정규직 중 노조가 있는 곳은 상층으로 분류될 만큼, 노조가 없는 중층 그룹의 정규직에 비해 압도적으로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정규직이라고 다 같은 정규직이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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