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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세대의 자본, 협업 네트워크와 대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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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화 세대, 즉 1930년대 출생 세대는 산업화를 이룩했다는 의미에서 산업화 세대로 불리지만, 사실은 마지막 벼농사 세대라고 하는것이 정확하다. 길게 잡으면 1950년대 초, 중반 출생 세대까지도 농촌에서 유년을 보냈다는 점에서 농촌 세대에 포함 시킬 수도 있다. 즉 세대의 다수가 농사일을 겪어봤느냐로 경험을 한정시킬 경우, 농촌 세대이자 산업화 세대는 1930년대생 들로부터 1950년대생 들에게 까지 길게 드리워 진다.

 

  일제 강점기 시절, 맹아 단계에 있던 산업화의 싹이 한국전쟁을 겪으며 대부분 파괴된 탓에 이를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해방 및 전쟁세대(1945년 이후출생)와 구병되는 1930년대생들의 특징은 이들이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른 60대 중반부터 한국의 자본축적에 기반한 자본주의화, 그리고 장년에 돌입하는 시기에 그로인한 도시화를 겪었다는 점이다. 서구에서 200여년에 걸처일어난 산업화로 인한 지리적 대이주 시기에 1930년대생들은 막 가족을 꾸린 상태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심장인 서울로, 부산으로, 인천으로 대 이주를 감행한 것이다.

 

  왜 이 대 이주가 문제인가. 이주는 보통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다양한 인종과 민족 집단이 섞이면서 동질적인 사회와는 전혀 다른 시스탬을 만들어 내기에 한 사회에 엄청난 도전을 야기한다. 이민이 사회의 동력인 영미권 사회에서 불평등과 계층화가 출신 대륙과 문화권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며 뿌리깊은 인종주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이주는 사회구조에 계급이나 성 못지않은 심대한 충격과 균열을 일으킨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경재부문 간의 이주이다. 경제학자 쿠즈네츠가 불평등의 근본으로 지목한 부문간 이주는 산업화로 인해 발생하는 농촌과 도시 사이의, 다시말해 1차 산업과 2차 산업 사이의 노동력 이주를 의미한다. 이로서 모두가 가난했기에 평등했던 농촌사회는 산업화 맟 도시화와 함께 분화, 축소되었고, 도시와 농촌사이, 그리고 도시 내부의 불평등은 급격히 상승했다.

 

  남한 이라는 좁은 땅에서 산업화, 도시화로 시작된 대이주와 국제적 대이주 사이에는 차이점과 유사점이 공존한다. 차이점은 국가간 문화권간 이주와 국가 내 이주는 이질성의 규모와 차이에서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이고, 유사점은 두 이주 모두이주자가 이전사회와 문화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지닌채로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이주를 결정한 이민자 에게 문화자본이라고는 출신지역의 말과 생활양식 외에는 없다. 이들은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습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 노력은 떠나온 공동체에서 습득한 문화와 습속의 바탕위에서 조금씩 버무려 진다. 영미권으로 이주한 동아시아인들이 각기 모국의 발음과 악센트 위에 영어 어휘와 문장을 하나둘씩 새겨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인의 영어, 일본인의 영어, 베트남인의 영어와 한국인의 영어가 서로 다른 영어가 되는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한반도 남부에서의 대이주가 문제가 되는것은, 이들이 농촌에서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는 논일과 밭일을 경험하며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레 농촌의 협업에 노출된 세대이다. 다시 말해 도시로 이주했으되, 농민의 정체성을 가진 세대인 것이다. 1930년~1940년대생들의 다수, 그리고 1950년대생들의 상당수는 도시에 중주하는 농민인 셈이다. 넥타이를 메고 와이셔츠를 입고 사무실에서 일하건, 프른색 작업복을 입고 공장에서 일하건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농민인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서 지방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여 저임금 저노동자가 된, 3억에 이른다고 추산되는 중국인의 농민공과 같은 거대한 농민의 기억을 가진 노동자 집단이 한국에서는 60년대 말~70년대 말에 이르는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이런점에서 1930~1940년대 출생 세대는 1960년대 이후 출생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집단이다. 민주화 투쟁에 대한 요구와 기억이 형성되기 훨씬 이전에 이들 다수는 농사일을 온몸과 기억에 아로새긴 집단이다. 농사일에 대한 이 세대의 원체험이 한국의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민사회의 바닥을 이루는 협업과 협력의 운리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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